곡을 만들고 무대에 서고 음원을 발매하면서도, 문득 멈추게 되는 질문이 있습니다. "나는 어떤 음악가일까?" 이름을 알리고 음악을 지속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건 ‘실력’이 아니라 ‘정체성’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단 하나의 질문, 음악가로서의 자기 정체성에 대해 다룹니다. 그것은 단지 장르나 스타일을 고르는 일이 아니라, 내면을 들여다보고 나의 음악이 왜 존재하는지를 알아가는 여정입니다.
음악가가 정체성을 고민하게 되는 순간들
처음 음악을 시작했을 땐 그저 흥미롭고 자유로웠습니다. 하지만 작업이 반복되고, 반응을 의식하게 되고, 다른 음악가들과 비교되기 시작하면 정체성은 흐려지기 시작합니다. ‘나만의 색’이란 무엇인지,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음악이 나를 온전히 설명하는지 의심하게 됩니다. 특히 첫 작품 이후 두 번째, 세 번째 작업으로 이어질수록 ‘지속 가능한 나’에 대한 질문이 깊어집니다. 나는 힙합을 하지만 진짜 하고 싶은 건 재즈일 수도 있고, 기타를 치지만 피아노 소리를 더 좋아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내면의 충돌은 나약함이 아니라 성숙의 시작입니다. 음악가로서 진짜 나를 알고 싶다는 갈망이 생겼을 때, 우리는 비로소 정체성의 문 앞에 서게 됩니다.
정체성을 찾기 위한 질문의 기술
정체성은 어느 날 갑자기 떠오르지 않습니다. 그것은 반복되는 질문과 감정의 기록 속에서 점차 선명해지는 이미지입니다.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일은 자신에게 직접 묻는 겁니다. “나는 어떤 감정을 표현할 때 가장 살아있는가?”, “내가 만든 곡 중 가장 나답다고 느낀 곡은?”, “나는 사람들에게 어떤 감정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이 질문들을 노트에 적고, 대답하지 못하더라도 반복해보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답은 바로 나오지 않아도, 질문이 내 안에 머물러 있으면 언젠가 곡 속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게 됩니다. 정체성을 정의하는 가장 정확한 방법은 문장이 아니라, 반복입니다. 같은 톤의 곡, 비슷한 코드 진행, 공통된 감정. 그것들이 결국 당신의 언어가 됩니다.
타인의 시선과 비교에서 벗어나는 연습
정체성을 가장 흔들리게 만드는 건 ‘비교’입니다. 나보다 잘하는 사람, 더 주목받는 사람, 트렌드에 맞는 사람을 볼 때마다 우리는 자꾸 방향을 잃게 됩니다. 하지만 음악은 경쟁이 아니라 표현입니다. 타인의 기준으로 자신을 정의하기 시작하면, 음악은 그 즉시 소모품이 됩니다. 그래서 정체성을 찾기 위해서는 고립이 아닌 ‘분리’의 연습이 필요합니다. 나와 타인을 분리하고, 타인의 평가와 나의 중심을 분리하는 힘을 길러야 합니다. 저는 하루 30분, 음악을 듣지 않고, 글을 쓰고, 침묵을 유지하는 시간을 만들었습니다. 그 고요 속에서 음악 없는 나를 느끼고, 그 속에서 음악을 더 정확하게 그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당신은 이미 충분히 유일한 사람입니다. 그 유일함을 들을 수 있을 만큼 스스로에게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정체성을 지속하는 창작 전략
정체성을 찾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건, 그것을 ‘유지’하는 일입니다. 때로는 내가 만든 음악이 반응이 없거나, 스스로도 싫어질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중요한 건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내가 왜 이 음악을 했지?" 정체성은 고정된 태그가 아니라, 변해가는 내 안의 중심입니다. 그 중심을 유지하기 위해선 감정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나만의 언어로 감정을 기록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노래가 되지 않는 날엔 그냥 제목만 써보세요. 또는 지난 곡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8마디만 다시 연주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정체성은 단 한 번의 완성으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그것은 나의 음악을 내가 사랑하는 태도에서 비롯됩니다. 좋아하는 걸 멈추지 않는 사람만이 결국 자기 음악을 끝까지 지켜낼 수 있습니다.
결론: 음악가의 정체성은 선택이 아니라 발견이다
결론: 나는 어떤 음악가인가. 이 질문은 단순한 소개가 아닙니다. 그것은 음악가로 살아가는 이유를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정체성은 선택하는 게 아니라, 감정과 경험을 통해 발견되는 것입니다. 여러 장르를 거쳐가고, 수많은 감정을 표현하다 보면 결국 당신만의 리듬과 색, 언어가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그 모든 여정 속에서 가장 중요한 건, 나 자신을 신뢰하는 마음입니다. 정체성을 잃지 않는 음악가는 흔들릴 수는 있어도 무너지지 않습니다. 음악은 결국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여정이고, 당신은 지금 그 길을 걷고 있습니다. 음악이 당신에게 계속 의미가 있다면, 당신은 이미 '어떤 음악가'입니다.